지난 주말 우리 집 막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 강아지별로 돌아갔습니다. 육아종성 뇌수막염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약물치료를 받으며 호전이 되는듯 싶었지만, 투병 9개월여 만에 아픈 현생을 뒤로 하고 떠났습니다. 주말 내 온 가족이 슬퍼했지만, 한편으로는 녀석이 이제 아프지 않아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되는지 모르겠어요.

23년 2월 – 첫 경련, 발작
시작은 1시간마다 10분씩, 급기야 30분 텀으로 멈추지 않았던 경련
어느날과 다름없이 잘 지내던 2월 초의 어느 날, 아이가 갑자기 부들부들 떨며 한쪽 다리를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몸은 한쪽으로 기울고 처음엔 왼쪽 다리를 들어 같은 동작을 반복하더니 고꾸라져 거품을 물기도 했습니다.
처음 보는 아이의 증상에 바로 안고 근처 동물병원을 방문했습니다. 가는 도중 아이의 발작은 멈췄고 증상을 보지 못한 수의사 선생님은 다음번에 아이가 또 같은 증상을 보인다면 시간 텀을 기록하고, 가능하면 동영상 등으로 기록을 남기고, 아이가 다칠 수 있으니 주변 물건을 치워두라고 일러주셨습니다.
잠깐 어디가 안 좋아서 그런 것인지 싶어 안도하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한 시간 후 바로 다음 경련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단위로 대략 10분간 5번 정도의 경련을 보이다 30분도 안 되어서 다시 경련을 일으켰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다시 일어난 경련은 이번엔 멈추지 않았고, 아이 상태를 보아 날이 밝을 때까지는 매우 힘겨워 보여 근방 20분 거리의 24시간 동물 응급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피검사, 엑스레이 모두 정상
도착한 응급 병원에서 바로 안정제, 항경련제 주사를 맞고 격한 경련은 멈췄지만 미세한 잔 떨림이 남았고, 여전히 왼쪽으로는 고개를 돌리지 못했습니다.
피검사, 엑스레이 검사 모두 특이 사항은 보이지 않았고 기존 복용 중이던 귓병 약 때문에 간 수치가 약간 높은 정도였지만, 경련을 불러일으킬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날이 밝고, 응급병원 원장 선생님을 통해 뇌에 이상이 있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자세한 증상과 치료를 위해 MRI 촬영이 필요할 수 있다고 하여 원장 선생님을 통해 MRI 장비가 있는 분당리더스의원에서 치료를 이어갑니다.

육아종성 뇌수막염 진단
MRI 결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왔고, 병명은 육아종성 뇌수막염이었습니다. 뇌척수액 검사 결과 역시 나쁘진 않았고, 당분간 입원 후 항생제, 약물, 항암치료 진행하기로 합니다.
병원 입원 후 치료받으며 확실히 호전되는 듯 경련은 멈추고, 조금씩 신경이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여전히 왼쪽을 사용하지 못해 오른쪽으로 돌아 사물을 보거나 기울었지만, 사람도 알아보고 반응하는 것이 이젠 나았다 생각도 들었지요.
그렇게 4~5일을 입원 후 퇴원합니다. 상태는 아주 좋아졌습니다. 안구진탕을 보이긴 했지만 이제 가족도 알아보고 제법 안정된 아이를 만나니 너무 다행으로만 느껴졌죠.
대략 6개월간 증상이 보이지 않는다면 예후가 좋다고 해서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23년 4월 – 다시 대발작, 경련 증상
2개월간 2회의 크고 작은 경련
2개월간 항생제, 스테로이드, 신경억제제, 항암치료 등을 잘 받으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사이 한 차례 작게 발작 증세를 보여 입원했었는데, 4월에 다시 크게 경련과 발작 증세를 일으켰습니다. 4월의 발작 증상은 마치 처음 발병했을 때처럼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급하게 입원 후 항암치료, 항경련 치료 등을 이어가 증상은 멈췄지만, 이때부터 아이의 전반적인 컨디션과 상태는 급격히 나빠지게 됩니다.
23년 6월 – 인지장애, 보행장애, 근력 손실, 시력 저하
그렇게 항암치료, 스테로이드, 신경안정제, 인지장애개선제, 면역억제제로 치료를 이어가고 한동안 괜찮아 보이더니 6월쯤 인지장애 증상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무서운 점은 어떤 증상이 보이기 시작하면 잡을 수 없이 증상들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었습니다.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더니, 대소변 보는 패드를 찾지 못하고, 한 번도 일부러 사람을 깨문 적이 없는데 구분 못 해서 깨물기도 하고, 식분증 현상에 서클링 증상을 다시 보였습니다.
한참 보이지 않아 찾으면 어둡고 차가운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 옆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고, 시력 저하로 대소변을 밟는 다던지, 밥 먹던 그릇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거나 엉뚱한 곳에 몸이 껴 꿈쩍도 못 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누워 있다 일어나면 바로 걷는 것이 힘들어 앞발로 몸을 질질 끌며 몇 걸음 이동하기도 하고, 서클링하다 넘어지면 바로 서지도 못하고, 미세하게 파르르 뒷다리를 떠는 날도 많았습니다.
23년 8월 – 병원 진료 없이 2주마다 복용약 처방
7월 말부터는 경련이 있지 않는 이상 병원 진료 없이 조제한 약으로만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하는 피검사로 보는 간수치는 이제 의미가 없어서(너무 높아서 떨어지지 않음) 아이 상태에 따라 약을 조절해 가며 2주 단위로 처방받아 먹였습니다.
조금 나아진다 싶으면 스테로이드와 신경안정제를 줄이고, 안 되겠다 싶으면 다시 추가해 먹였습니다.

약기운에 종일 잠들었다가 일어나면 조금 움직이고 다시 밥 먹고 약먹고, 다시 잠들다 일어나면 움직이다 다시 밥먹고, 약먹고… 매일 반복
외출했다가도 아이가 밥먹고 약 먹을 시간엔 맞춰 귀가하거나, 종일 가족 중 누군가는 아이 곁을 지켜가며 위험하거나 더러운 배변을 밟지 않도록 돌봤습니다.
그러다 점점 약도 들지 않아 잠드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약기운이 없는 아이는 서클링을 하다 부딪히거나 아무렇게나 본 배변 위에서 뒹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약을 조절해가며 10월, 11월까지 생활합니다.
23년 11월 – 안녕
스테로이드 부작용인지 아이의 피부도 얇아져 쉽게 상처를 입기도 했습니다. 자주 엉덩방아를 찍는쪽, 왼쪽 이마, 왼쪽 앞 관절 부근 피부가 상처를 자주 입기도 했어요. 아이가 주로 왼쪽으로 서클링을 돌았거든요. 식욕 좋던 아이가 점점 밥도 잘 먹지 못하기 시작합니다. 하루하루가 매우 힘겨워 하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마지막 날 오전엔 검은색 구토도 보였고 약이 거의 듣지 않는지 잠도 들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막내에게
우리가 2년 4개월동안 함께한 날 중에
9개월간 아프다만 가버려서 너무 속상하지만, 이제 아프지 않으니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작은 네 물건 하나하나에 추억이 서려 있는지 엄마, 아빠는 자꾸 울컥울컥 해.
너무 미안하고, 사랑하고, 보고싶어 우주야




안녕하세요 뇌수막염 아이를 케어하고 있는 한 견주입니다. 새벽에 아이 뒷처리를 하고 속상한 마음에 흘러흘러 들어온 곳이 이곳이네요.. 글을 읽으면서 저희 아이랑 증상이 너무 똑같아서 슬펐고, 견주님 마음이 곧 제 마음 같아서 내내 가슴이 저렸습니다. 우주야 짧은 견생이였지만 행복한 견생이였길 ,, 좋은 추억만 가지고 가서 엄마 아빠 기다려주렴
안녕하세요. 아이를 보내주고 한참 블로그를 다시 들리지 못했어요. 그래서 남겨주신 글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서아님네 아이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군요. 부디 서아님네 아이는 씻은 듯이 쾌차하여 남은 시간 서아님과 행복하게 지내길 바랄게요.
너무 오래 지나 다시 봐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마음이 꼭 전해졌으리라 믿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