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아지가 뇌수막염이라는 병으로 아프기 시작한 지 벌써 260여일이 지났습니다. 항암치료와 면역억제제,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서 좀 나아지는가 싶다가도 다시 재발하고, 강아지 뇌수막염 후유증으로 인지장애(치매)가 오더니 몇 달 전엔 급기야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현재의 강아지의 상태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수막염 진단을 받은 후로 항암치료를 병행하다, 인지장애 증상이 시작되어 더 이상의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복용 약을 2주 단위로 상담 후 조제해 먹이고 있습니다.
현재 먹는 약은 신경안정제,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위주로 받아 먹이고 있으며 한참 괜찮아 보일 때 스테로이드를 조금씩 낮춰 먹일 때도 있었으나, 지금 이글을 쓰기 2주 전 갑자기 증상이 악화되어 다시 스테로이드를 추가해 먹이고 있습니다.
약을 먹고 나면 곧잘 보행도 정상적으로 하고, 밥도 흘리지 않고 잘 찾아 먹으며, 신경안정제 복용을 하여 종일 잠을 잡니다. 그러다 다시 밥 먹기 1~2시간 전에 깨어 용변을 보고 밥 먹을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다 점점 약 기운이 떨어지는 시간이 늘어나고 써클링, 인사불성, 흥분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됩니다. 밤낮없이 말이죠.
또 다른 강아지 뇌수막염 후유증, 시력 상실
약물 치료를 병행하며 집에서 지내고 인지장애 후유증을 얻게 되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렇게 한달 뒤쯤 강아지는 시력마저 잃게 됩니다. 처음에 뇌수막염 증상으로 왼쪽 시력이 급격히 나빠지더니 오른쪽 마저 정말 빠른 시간안에 상실했습니다.

시력 상실로 인한 위험한 순간
한동안 오른쪽 눈으로만 겨우 보며 생활하던 강아지가 모든 눈의 시력을 잃자 흥분하거나 힘겨워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구석에 들어가서 나오는 길을 찾지 못한다거나, 화장실에 들어가 방황하다가 문을 닫아버리고 몇 시간을 갇혀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제일 위험했던 순간은 거실 소파 테이블의 좁은 다리 간격 사이에 목이 꼈는데 소리도 내지 않고 축 늘어져 누워있었던 순간입니다.
지금은 강아지가 들어갈 만한 좁은 곳은 가드나 울타리를 쳐두었고, 화장실이나 사람이 없는 방문은 꼭꼭 닫고 다닐 수 있도록 가족들 모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전혀 다른 강아지가 되어버림
원래 우리 강아지는 정말 겁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지나가는 강아지에게 먼저 짖은 일도 없고, 2~3칸 계단조차 무서워 혼자 못 오르고, 어딜 가더라도 품에서 벗어나지 않는 순한 아이였죠. 그랬 강아지가 인지장애(치매)와 시력 상실을 겪으니 전혀 다른 강아지가 되어버립니다.
농담으로 눈에 뵈는 것이 없으니 용감해졌네… 라고 했지만 위험천만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혼자 잘 걷지 못해 개모차에 태워 산책을 나가면 자꾸 뛰어내리려고 하고 안고 있어도 높은 곳에 있든 아니든 무조건 뛰어내립니다. 이전에 간단히 미용할 땐 변기 위나 의자 위에 패드를 깔아놓고 잘라줬는데 이제 이마저도 못합니다. 보이지 않으니 무서운지 무조건 벗어나려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똥오줌으로 뒤범벅
인지장애를 겪고 배변을 아무 곳에나 보기 시작했는데 눈이 보이지 않자 실수로 밟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매트 틈새나 이음새 부분에 배변을 가리는 건 바라지도 않는데 배변 후 바로 확인하거나 치우지 않으면 온 거실 바닥이 강아지 똥오줌으로 가득 찬 장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처음엔 매우 절망적이었으나…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적응을 하기 시작하니 화도 나지 않습니다.
손이 잘 가는 곳에 항상 강아지 배변을 처리할 키친타월, 두루마리 휴지, 전해수, 알코올을 두고 빠르게 치울 준비를 합니다.
반나절 만에 가득 차는 눈꼽
눈이 실명되고 갑자기 생긴 증상 인데, 눈꼽이 어마무시하게 생깁니다.
아침에 세수시키고 저녁 때 보면 엄청난 양의 눈꼽이 굳어서 눈에 붙어 있습니다. 양 쪽 모두 마찬가지 입니다. 일반적인 눈꼽이 아니라 누렇고 굳으면 초록색 가까운 색으로 변합니다. 양도 일반적인 양이 아니라 매우 많습니다. 염증성 눈꼽인 듯합니다. 약을 먹어도 별 차도가 없습니다. 밤낮 수시로 닦아줄 수밖에…
많이 지친 강아지
식구들도 식구들이지만 뇌수막염을 앓는 200여일 동안 아이는 많이 지치고 쇠약해져갔습니다. 다행히 최근 큰 발작이나 경련 증상을 일으키진 않았지만 약기운이 떨어질 때 심한 써클링증상을 보이고 근래는 밥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밥을 남기다니… 식욕이 전부였던 우리 강아지가 밥을 남기기 시작했다는 것은 정말 큰일 같습니다. 일단 1차로 사료를 주고 2차로 약을 섞은 야채+시저캔 조합에서 1차 사료와 시저캔+약을 한 번에 급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사료와 함께 주는 양 정도는 모두 먹습니다.

그리고 점점 일어나 방황하거나 써클링 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요즘 새벽 1시 반에 일어나 밥 먹는 새벽 5시~6시까지 방황하며 온 집안을 돌아다닙니다. 정신 못 차리는 중에 돌아다니는 거라 여기저기 부딪히고 배변도 밟고… 그렇습니다. 나중에 뒤처리가 두려워 웬만하면 제가 함께 강아지가 일어난 시간엔 함께 뜬눈으로 밤을 새웁니다. 조금 힘들기도 하네요.
괜찮아지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제 좀 놨습니다. 하루하루 약 기운이 떨어지고 컨디션이 나빠지는 것이 보입니다. 여기서 더 해줄 수 있는 건 신경안정제와 스테로이드의 양을 조금 더 늘리는 것뿐이라고 합니다.
강아지가 많이 지쳤다고 했지만, 사실은 나아질 것 없는 미래에 제가 제일 많이 지쳤을 수도 있겠어요…